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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정호
    [평신도를 위한 신학강좌-2.성경·진리의 기준] ①성경의 권위
성경이 ‘권위’를 잃으면 모든걸 잃는다

근대 이후 ‘성경의 권위’는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계몽주의 이후 모든 ‘권위’는 이성의 심판 앞에 서야 했다. 이성에 대한 강조, 역사의식의 대두, 비판적 사고는 학문을 발전시키고, 새로운 사회제도와 정치제도를 발전시켰다. 21세기, 주어진 ‘권위’를 그냥 받아들이는 사람은 없다. 18세기 이후 약 200년 동안 성경의 권위는 지속적으로 의문을 받았다. 지금은 성경의 권위가 땅에 떨어졌다. 현대인은 자율적 비판의 시대에 산다. 그리스도인들도 예외는 아니다. 우리도 타율적이고 맹목적인 권위에 복종하기를 원하지 않는다. 그리스도인들도 민주적인 의사결정을 원하고, 권위의 간섭 없이 자유롭게 생각하고 싶어 한다. 성경은 하나님의 말씀인가? 기독교인은 그렇게 믿는다. 최소한 그렇게 믿고 싶어 한다. 그러나 성경이 하나님의 말씀으로서 권위를 가지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래서 성경의 권위가 도전받을 때 답답하지만 침묵하게 된다.

경전종교

먼저 질문을 해보자. 성경의 권위가 중요한가? 그렇다. 대단히 중요하다. 기독교는 성경의 권위를 결코 포기할 수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기독교가 ‘경전종교’이기 때문이다.

기독교는 자연종교와 구조적으로 다르다. 자연종교는 인간의 이성이나 자연을 통해 ‘신’에게 도달한다. 이성을 통해 도달하려는 시도는 이신론으로 나타났고, 자연을 통해 도달하려는 시도는 범신론으로 나타났다. 이신론은 철학의 형태에서 자주 보이고, 범신론은 원시종교에서부터 현대의 다양한 종교적 형태에서 발견된다. 기독교는 자기해탈을 추구하는 불교와도 전혀 다른 구조를 가진다. 불교는 인격적인 신 개념이 약하고, 모든 사람이 각성을 통해 열반에 들어갈 수 있다고 말한다.

기독교는 ‘계시’에 대한 기록인 성경을 경전으로 받아들인다. 계시는 열어서 보여준다는 의미다. 즉 기독교의 ‘진리’는 하나님이 열어서 보여주는 것이다. 인간이 진리를 얻기 위해 해탈을 하거나, 각성해서 깨닫거나, 대자연의 이치를 통해 발견하는 것이 아니다. 기독교의 진리는 오직 하나님에게서 비롯된다. 하나님에게서 비롯된 이 계시를 기록한 것이 성경이다.

어떤 종교든, 학문이든 각기 진리의 타당성에 대한 기준을 가지고 있다. 기독교의 진리는 하나님의 말씀을 기록한 성경에 의존한다. 다른 어떤 기준이나 근거로 성경의 타당성을 판단할 수 없다. 이것이 바로 기독교의 진리에 대한 구조다. 그렇기에 기독교를 계시종교, 혹은 경전종교라고 부른다. 이런 점에서 성경에 대한 권위는 결정적이다. 성경의 권위를 포기하는 순간 삼위일체 하나님, 예수님의 메시아 됨, 성령님의 임재하심, 그리고 부활신앙도 모두 하나의 이야깃거리가 되고 만다. 성경이 하나님의 말씀으로서 권위를 잃으면 모든 것을 잃게 된다.

성경 권위의 근거

성경의 권위는 기독교 초기부터 도전을 받았다. 교회는 성경의 권위를 지키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했다. 매 시대는 그 시대의 도전 앞에서 성경의 절대성을 주장했다. 교회로서는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성경의 권위가 교회에 의존한다는 말은 아니다. 교권이나 일부 성직자가 성경의 권위를 지키는 것이 아니다. 성경의 권위가 비롯되는 근거는 ‘하나님’이다. 성경은 하나님의 창조, 그의 선하신 섭리,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구원, 성령의 은총, 새로운 공동체, 그리고 부활과 하나님의 나라의 완성을 ‘선포’한다. 하나님은 피조물을 향한 사랑과 구원의 은총을 ‘일방적’으로 선언한다. 하나님의 의지와 섭리는 전적으로 하나님의 자유에 의하며, 다른 누구에게도 의존하지 않는다. 하나님의 말씀은 반드시 이루어진다는 말씀의 권위는 바로 하나님 자신의 권위다.

따라서 성경의 권위는 종교적 권위가 아니다. 교회 조직이나 교권에 의해 유지되는 강제적 권위와 다르다. 어떤 조직이나 사람이 성경을 진리하고 해서 그렇게 되는 것이 아니다. 성경은 스스로 말씀으로서의 권위를 가진다. 그래서 루터는 ‘성경을 성경되게 하라’고 했고, 칼뱅은 성경의 진리는 최종적으로 ‘성령의 증거’에 의한다고 한 것이다. 교회가 진리를 만들어 오는 것이 아니다. 진리는 성경 안에 있고, 그 권위는 하나님에게서 비롯된다. 그리고 이 사실을 믿고 받아들이는 것이 교회이고 기독교다.

성경의 권위와 합리성

마지막으로 성경의 권위를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지를 보자. 그리스도인은 자주 성경의 진리가 이성과 충돌한다고 생각한다. 그때마다 지성을 포기하면서 성경을 믿어야 하는지 갈등한다. 물론 성경의 진리가 언제나 합리성에 바탕을 두는 것은 아니다. 성경의 말씀이 인간의 합리성을 넘어서기도 하고, 합리성과 다른 범주에 속하기도 한다. 그러나 성경의 상당한 부분은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 즉 합리성으로 설명할 수 있는 부분이 있고, 믿음으로 받아야 할 부분이 있다. 이 두 부분을 혼돈해서는 안 된다.

오늘날 성경의 권위에 도전하는 많은 학설과 주장이 있다. 이 도전들에 대해 교회는 무조건 ‘성경의 권위’를 받아들이라고만 할 수는 없다. 교회의 이런 태도는 권위주의적이 될 뿐 아니라 오히려 성경의 권위를 실추시킨다.

모든 것은 그 시대의 언어로 설명해야 한다. ‘우리 시대’가 자신과의 대화에서 요구하는 것은 ‘이성’이다. 즉 우리 시대와 대화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합리성’이 필요하다. 본 강좌에서 앞으로 세 번 더 성경과 연관된 사안을 다루겠다. 성경은 누구에 의해 형성되었는지, 성경 인식의 주체는 누구인지, 그리고 성경은 무오한지 등을 보겠다. 이를 통해 여러분은 성경의 권위가 합리성을 넘어서는 독특한 면도 있고, 또 합리성과 반드시 충돌하지 않는 부분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이 주제들이 그리스도인들이 갖추어야 할 성경관의 토대를 제시하기를 기대한다.

김동건 교수<영남신대 조직신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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