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릴리에서 만나자!
마가16:1-8
2007년 4월 22일 낮
지난주에는 부활하신 주님으로 인해 무덤의 돌이 벌써 굴려졌음을 알고 두려움으로 안식 후 첫날의 새벽을 맞이한 여인들을 살펴보았습니다. 오늘도 부활에 관한 메시지를 전할까합니다. 부활하신 주님의 무덤은 비어 있었습니다. “그가 살아 나셨고 여기 계시지 아니하니라”(6절) 그는 여기 계시지 않습니다. 인간들의 권위로 부활하신 분을 잡아 둘 수 없습니다.
그리스도인은 그리스도가 계신 곳에 있어야합니다. 만일 그리스도가 여기에 계시지 않는다면, 그리스도인도 여기에 그대로 있어서는 안 됩니다. 그것은 특정한 인위적인 규례 속에서는 그리스도나 그리스도인을 발견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분은 여기 계시지 않습니다.
그분은 수의들, 즉 세상적인 지혜, 경건심, 율법 등을 남겨두고 가셨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세상에 기초를 두고 있는 이런 것들 안에서는 그 분을 찾지 못합니다.
그분은 결코 수의를 입고 계시지 않기 때문에 그리스도인이라면 그 누구도 그것을 입을 수 없는 것입니다. 그리스도교는 수의의 종교가 아닙니다. 이 말은 인간의 헛된 모든 노력이 수의라는 것입니다.
그리스도인은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셔서 더 이상 여기 계시지 않는 오직 한분 그리스도께 붙어사는 사람인 것입니다. 그렇지만 그리스도인은 여전히 타인과 더불어 살아갑니다. 우리는 무덤이 최종적인 선언인 줄 알고 거기에 매여 살아갑니다. “그분은 여기에 계시지 않는다.”는 말은 역사이래로 가장 통쾌한 선언인 것입니다. 누가 무덤을 이기고 그곳을 벗어 날수 있을까?
“그는 살아나셨고 여기 계시지 아니하니라.” 그러면 그분은 어디로 가셨는가?
예수님께서는 십자가에 달려 죽으시기 전에 제자들에게 “내가 살아난 후에 너희 보다 먼저 갈릴리로 가리라”(막14: 28)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무덤 안에 있는 청년은 예수님은 갈릴리로 너희보다 먼저 갔다고 전합니다.
부활하신 주님은 보란 듯이 예루살렘의 기득권자들에게, 빌라도에게, 로마 군병들에게, 대제사장에게, 자신을 보이면서 이보시오! 너희들이 나를 죽였지만 나는 이렇게 살아났다. 이제 다시 한판 붙어 볼까 라고 그들을 찾아 가지도 않으셨습니다. 부활하신 주님은 곧장 갈릴리로 향하셨습니다.
그러면 갈릴리는 무엇이고 예루살렘은 무엇인가요?
예루살렘!-
여기는 성공한 사람들이 모이는 도시이고, 출세를 위해 모여드는 곳이요
모든 일의 중심에 서있는 곳입니다. 기득권자들의 권력을 행사하기에 가장 적합한 도시이기도 합니다. 하나님의 나라가 이러한 권력과 같이 갈수는 없는 것입니다. 이방인과 유대인의 경계가 뚜렷한 곳이기도 한 도시입니다.
성전과 거룩한 의식이 있는 곳입니다. 성스러움과 속된 것의 구분을 즐기는 그래서 결국은 그 잣대로 죽임의 그늘이 자욱하게 깔려있는 도시입니다. 그 시대의 승리자들(총독, 제사장, 바리새인)의 향연이 벌어지는 도시였습니다.
그러나 이 도시는 갈릴리가 없으면 살아가기 어려운 도시입니다.
갈릴리-
이 지역은 이스라엘의 변방입니다. 예루살렘에서 실패하고 떠돌아다니는 사람들이 와서 정착하는 곳이요 정치적인 범법자들이 모여드는 곳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늘 소외된 곳이고 제대로 대접한번 받아보기 어려운 지역입니다.
그래서 “나사렛에서 무슨 선한 것이 나올 수 있느냐”는 말은 자연스러운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그곳에서 제자들의 공동체가 이루어졌고 이방인과의 경계가 허물어 진 곳이며 흩어진 제자들을 다시 불러 모은 자리도 갈릴리이다.
실패자들이, 실패한 인생들이 모이는 그곳에 부활하신 주님이 제자들 보다 먼저 가노라 라고 하셨습니다.
오늘 우리가 예수그리스도를 만날 수 있는 자리가 어디인가?
오늘 예수님은 어디 계시는가? 예수님이 진정 우리의 구원자라면, 우리의 벗이라면 우리는 이 질문을 피할 수 없습니다.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예수님에게 우리의 구원을 내맡길 수는 없는 일 아니겠습니까? 어디에 있는 지도 모르는 예수님을 우리의 다정한 벗이라고 부를 수는 없지 않습니까?
가난한 갈릴리 시골마을 사람들과 친구가 되어주신 그분이 우리의 친구 이십니다.
예수님은 어디에 계시는가? 예수님을 만날 수 있는 자리는 어디인가?
아마도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믿는 이들 마다 각기 다를 것입니다. 어떻게 답하든 그것은 자유입니다. 그러나 어떻게 답하느냐에 따라 믿는 이의 신앙의 자세와 삶의 내용 또한 달라질 것입니다. 예수님을 하나님 보좌 우편에 앉아계신 초월적인 그리스도로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래도 이 땅 이 세상 보다는 내세의 문제에 보다 많은 관심을 갖게 될 것입니다.
예수님을 이 땅의 소외되고 가난한 이들 속에서 발견하고자 하는 사람은 하늘보다는 땅, 내세보다는 지금, 뭔가 신비하고 추상적인 것 보다는 역사적이며 구체적인 삶의 문제들에 관심을 기울이며 살아가려고 애쓸 것입니다. 어느 것이 옳다 그르다 판단하기보다는 어느 것이 더 사람을 사람답게 살게 하는 것인가를 살피는 통찰이 필요한 것입니다. 지금까지 우리 한국교회는 예루살렘 지향적인 삶을 살아온 것이라면 틀린 말이겠습니까? 성공주의에 물들어 많은 것을 실패한 교회가 되지는 않았는지요. 이제 다시 갈릴리로 향하는 넓은 마음과 다시 시작하려는 용기를 필요로 할 때입니다. 초월적인 그리스도에 너무 관심을 가진 나머지 인간적인 예수, 나와 같이 친구 되신 예수를 우리는 잃어 버렸습니다. 나와 한 숨을 쉬는 친한 친구의 주님을 잊어버렸습니다. 예수님은 우리와 가까워지고 싶어서 하늘 보좌를 버리시고 여기가지 오셨는데 우리는 그분을 자꾸 떠밀어 하나님보좌 우편에만 계셔야 하는 분으로 밀어 올리는 것을 신앙의 이름으로 얼마나 저주 행합니까?
부활하신 주님을 예루살렘의 성전 꼭대기에 세우려는 작업을 하고 있지는 않는지, 예루살렘 왕궁의 보좌에 앉히려는 시도는 하고 있지 않는지 주님은 그곳에 관심을 갖지 않으시고 갈릴리로 가십니다.
갈릴리의 숨결을 느끼며 다시 시작하지는 주님은 부활의 첫 행보를 갈릴리로 옮기셨습니다. 그 갈릴리가 도대체 어디입니까?
오늘 예수님은 어디서 만나자고 우리에게 말을 건 냅니까?
오늘 우리는 “고난 받는 이웃의 얼굴과 아픔에서” 그리스도를 감지하고 있습니까? 세리와 죄인의 친구 되신 예수님에게 우리는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까? 이렇게 말하는 저만 의롭다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 한국교회가 다시 방향을 잡지 못하면 우리 모두가 어려워지기 때문입니다.
21세기의 한국교회가 이러한 자기점검을 하지 않는다면 세상의 소금과 빛으로의 역사적 소명을 감당하기는커녕 역사의 발전을 가로막는 장애 물이 되고 말 것입니다. 오늘 예수님은 어디에 있습니까? 여러분 곁에 있습니다. 여러분 안에 있습니다. 이 땅의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로서 여러분 곁에 있습니다. 사람다움의 마음으로 여러분 곁에 있습니다. 여러분의 사랑 안에 있습니다. 부활하신 주님은 여러분들이 잊고 살아왔던 그 갈릴리로 지금 가십니다. 여러분 곁에 말입니다. 예수님이 내 곁에 계신다는 것만큼 잘 잊어버리는 것이 없습니다.
여러분의 가장 가까운 이웃이 오늘 우리의 갈릴리요. 가장 어려운 현실을 살아가는 실패자라 이름 하는 그들의 자리가 갈릴리입니다. 이곳에서 부활하신 주님과 만납시다. 결코 헛된 만남이 아닐 것 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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