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에 또 하나의 대형 지진이 일어나 나라 자체가 완전히 마비된 장애 나라가 되고 말았습니다. 너무도 처참합니다. 나의 가족을 찾는다는 것이 사치처럼 여겨질 정도입니다. 아비규환의 땅에서 한 사람의 생명이라도 건져 보겠다고 땅속의 신음 소리를 찾아 땀 흘리는 세계 각국에서 온 구조대원들, 의료진, 봉사단 등 이들은 비장합니다. 그런데 이런 큰 지진과 재앙에 대한 이해와 해석은 제각각입니다. 미국의 근본주의자인 팻 로벗슨은 이번 지진을 '악마의 저주'라고 합니다. 또 많은 사람들은 '하나님의 심판'이라고 생각하고, 또 다른 부류들은 세상을 향한 '하나님의 경고' 또는 '마지막 시대의 징조'라고 해석합니다. 그러나 이번 지진을 악마의 저주라고 생각지 마십시오. 이번 지진이 하나님께서 의도적으로 아이티에 내린 심판 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다른 나라들은 아이티보다 죄가 덜해 지진이 비켜 간 것일까요? 그렇다고 지질학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자연현상이라고만 생각해야 할까요? 분명 아이티 사람들이 우리보다 죄가 더 많기 때문에 벌을 받아 죽은 것은 아닐 것입니다. 누가복음 13장 4절에 "실로암에서 망대가 무너져 치어 죽은 열여덟 사람이 예루살렘에 거한 다른 모든 사람보다 죄가 더 있는 줄 아느냐"고 말씀하신 주님의 말씀을 보면 그렇습니다. 지금 하나님은 우십니다. 그 옛날 예레미아도 울었습니다. 예수님도 우셨습니다. 바울도 울었습니다. 하나님의 마음을 모르면서도 아는 척하는 무늬만의 하나님의 백성들을 보고 말입니다. 그러나 오늘날 교회는 울지 않습니다. 지진을 당하지 않은 자신이 축복이라고 생각합니다. 먼저 구원의 자리를 확보한 자신이 자랑스럽기까지 합니다. 우리는 착각합니다. 우리가 죽은 저들보다 죄가 덜하기 때문에, 또 살 가치가 있기 때문에 하나님이 축복하셔서 살려 두신 것이라고. 만일 지진에 죽어 간 주검을 두고 선행과 자선을 베푸는 일도 우리의 의를 위한 것이라면 지진에 대한 하나님의 사인을 잘못 읽는 것이다. 우리가 죽지 않은 것에 감사할 일이 아니라 우리가 그들과 함께하지 못함에 대해 통곡할 일입니다. 그런데 큰 문제는 이제 사람들의 눈물이 메말라 있다는 것입니다. 정말 큰 문제입니다. 하도 큰일을 많이 당해 보아서 그런지 이젠 아무리 큰일이라도 무덤덤해지는 것 같습니다. 세상의 수많은 부조리와 불법을 보면서 우리의 작은 사랑마저 귀찮게 생각하는 그것이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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